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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씀드리면, 런던 여행 전에 저는 영국 음식을 좀 얕봤습니다. "어차피 피시앤칩스나 먹다 오겠지"라는 생각이었는데, 막상 다녀오니 제가 틀렸더라고요. 브릭레인의 진한 핫초코부터 코벤트가든의 생면 파스타, 소호의 정통 영국 펍까지 — 세 곳 모두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이 글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썼습니다.
브릭레인의 Dark Sugars, 핫초코에 대한 편견이 깨진 곳
일반적으로 핫초코라고 하면 카페 기계에서 뽑아주는 달달한 음료 정도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텐데, 제 경험상 Dark Sugars는 그 개념을 완전히 다시 써야 하는 곳입니다. 브릭레인(Brick Lane) — 런던 이스트엔드의 개성 넘치는 거리로, 갤러리와 빈티지숍, 음식 문화가 뒤섞인 지역 — 을 걷다 보면 초콜릿 향이 먼저 코를 자극합니다. 매장 입구에서부터 이미 설레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직접 먹어봤는데, 클래식 핫초코는 꾸덕하고 녹진한 질감이 예상을 한참 웃돌았습니다. 크리미(Creamy)하다는 표현이 딱 맞는데, 여기서 크리미란 우유 거품이 가볍게 올라간 게 아니라 초콜릿 자체가 묵직하게 녹아든 상태를 말합니다. 한 모금 마시면 당이 확 올라오면서 눈이 번쩍 뜨이는 느낌이랄까요. 피스타치오 초콜릿도 같이 먹어봤는데 이것도 정말 맛있었습니다.
다만 시나몬 핫초코는 제가 시나몬을 잘 못 먹는 탓인지, 초콜릿인데도 시나몬이 너무 강하게 올라와서 켁켁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시나몬에 민감하신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메뉴는 클래식, 칠리, 시나몬, 피치 블랙, 화이트, 비건 등으로 구성되며 가격은 약 £5~£7 수준입니다. 참고로 Dark Sugars는 초콜릿 전문 카페로, 기네스 같은 주류는 취급하지 않습니다.
- 클래식 핫초코: 꾸덕하고 진한 풍미, 가장 무난하게 추천
- 피스타치오 초콜릿: 고소함과 단맛의 균형이 좋음
- 시나몬 핫초코: 시나몬 향이 강하므로 호불호 확인 필수
- 비건 핫초코: 유제품 없이도 크리미한 질감 유지
- 가격대: £5~£7, 사이즈·토핑에 따라 변동
Bancone Covent Garden, 미슐랭 인증이 과장인지 확인해봤습니다
"미슐랭 맛집이면 비싸고 거만하겠지"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Bancone에서 그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Bancone은 미슐랭 가이드의 빕 구르망(Bib Gourmand) — 합리적인 가격에 높은 품질을 인정받은 레스토랑에 수여하는 등급으로, 별 등급과는 별개의 인증입니다 — 에 선정된 코벤트가든(Covent Garden) 대표 생면 파스타 레스토랑입니다. 코벤트가든은 런던 웨스트엔드의 중심지로 뮤지컬 극장과 쇼핑 거리가 밀집한 곳인데, 근처에 분위기 좋은 옷 가게들도 꽤 있어서 식사 전후로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제가 직접 먹어본 핸드커치프 파스타 — 정식 명칭은 실크 핸드커치프(Silk Handkerchief)로, 얇고 넓적하게 뽑은 생면을 손수건처럼 접어 버터 소스와 버무린 파스타입니다 — 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생면 특유의 부드러운 식감과 버터 풍미가 조화를 이루는데, 가격이 £12.50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빕 구르망 선정이 납득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메뉴 구성은 칠리·갈릭 스파게티 £9.50부터 새우 아뇰로티 £18까지 폭이 있고, 계산 시 12.5% 서비스 차지(Service Charge) — 한국의 봉사료 개념으로, 음식 금액에 자동으로 붙는 추가 비용입니다 — 가 별도로 포함된다는 점도 미리 알아두시면 좋습니다. 글루텐 프리 파스타로 변경도 가능하나 추가 요금이 발생합니다. 저는 오픈 시간에 맞춰 갔는데 예약자들이 먼저 들어가고 약 5분 후에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서버분들도 굉장히 친절했고, 음식도 빠르게 나와서 전체적인 만족도는 높았습니다. 한국 분들이 정말 많이 계셨던 것도 인상적이었는데, 그만큼 이미 국내에서도 많이 알려진 곳이라는 방증이겠죠. Bancone 공식 홈페이지(출처: Bancone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약이 가능하며, 특히 주말 저녁은 예약 없이 가면 꽤 오래 기다릴 수 있습니다.
The Devonshire, 영국 펍 문화가 그렇게 무질서한 건지 직접 확인했습니다
"영국 펍은 줄도 없고 동양인은 무시당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제 경험상 그건 절반은 맞고 절반은 다릅니다. 소호(Soho) — 런던 웨스트엔드의 번화가로 레스토랑과 바,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밀집한 지역 — 에 위치한 The Devonshire는 런던에서 현재 가장 핫한 정통 영국 펍 중 하나입니다. 저녁 9시쯤 도착했을 때 입구부터 밖까지 사람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고, 앉을 자리는 이미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카운터에서 직접 주문하는 방식인데, 솔직히 이건 처음엔 당황스러웠습니다. 어디가 줄인지 명확하지 않아서 저보다 늦게 온 사람이 먼저 주문을 하고, 일찍 온 사람이 한참을 기다리는 광경이 펼쳐집니다. 처음에는 '동양인 차별인가?' 하는 생각이 스쳤는데, 지켜보니 그게 아니라 그냥 이 공간의 문화 자체가 그랬습니다. 모두가 유유히, 흘러가는 대로 움직이는 분위기랄까요.
기네스(Guinness) — 아일랜드산 드라이 스타우트(Dry Stout)로, 질소 가스로 주입해 부드럽고 크리미한 거품이 특징인 흑맥주입니다 — 는 파인트(Pint) 기준 약 £7.50~£8.50, 하프 파인트는 약 £4 수준입니다. 파인트란 약 568ml에 해당하는 영국 표준 음료 단위입니다. 음식 메뉴로는 숙성 스테이크, 피시앤칩스, 파이 등이 있으며 메인은 £20~£45 수준이고 식사 공간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약이 가능합니다. 1층 펍 공간은 워크인(Walk-in) — 예약 없이 현장에서 바로 입장하는 방식 — 으로 운영됩니다. 미슐랭 가이드 런던 섹션(출처: 미슐랭 가이드)에도 런던 펍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장소로 소개되는 분위기입니다. 가볍게 맥주 한 잔과 함께 현지인 사이에 섞여 해외 특유의 펍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Dark Sugars에서 기네스도 마실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Dark Sugars는 초콜릿과 핫초코 전문 카페로, 주류는 취급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브릭레인에 다양한 음식이 있다고 알려져 있어서 혼동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기네스를 드시고 싶다면 소호의 The Devonshire를 따로 방문하시는 것이 맞습니다.
Q. Bancone 예약 없이 가도 되나요?
A. 점심 시간에는 워크인으로 입장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저녁이나 주말은 예약 없이 가면 대기 시간이 상당히 길어질 수 있습니다. 제가 오픈 시간에 맞춰 갔을 때도 예약자들이 먼저 입장하고 나서야 들어갈 수 있었으니, 미리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약하고 가시는 편이 훨씬 편합니다.
Q. The Devonshire에서 동양인 차별이 있다는 게 사실인가요?
A. 제 경험상 차별이라기보다는 영국 펍 특유의 문화 차이에 가깝습니다. 카운터 주문 방식이라 줄이 명확하지 않고, 현지인들도 서로 자연스럽게 뒤섞여 주문하는 분위기입니다. 처음엔 당황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조금만 익숙해지면 그 자유로운 분위기 자체가 이 곳의 매력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Q. 세 곳을 하루에 다 돌 수 있나요?
A. 동선을 잘 짜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오전에 브릭레인의 Dark Sugars에서 핫초코로 시작하고, 점심 또는 이른 저녁에 코벤트가든 Bancone에서 파스타를 즐긴 뒤, 저녁에 소호의 The Devonshire에서 기네스 한 잔으로 마무리하는 코스가 자연스럽습니다. 다만 세 곳 모두 인기가 많아 대기가 생길 수 있으니 예약 가능한 곳은 미리 해두시길 권합니다.

결론
런던 음식이 별로라는 말은 이제 옛말입니다. 제가 직접 다녀온 세 곳 — Dark Sugars의 꾸덕한 핫초코, Bancone의 빕 구르망 생면 파스타, The Devonshire의 정통 영국 펍 기네스 — 은 각자의 방식으로 기대를 뛰어넘었습니다. 방문 전에 "영국 음식이 뭐 대단하겠어"라고 생각했던 저 자신을 반성하게 된 여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