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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크로아티아를 2주짜리 여행지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2개월을 있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떠나는 날 아침에 짐을 싸면서 후회했을 정도입니다. 7박 9일 일정으로 자그레브부터 두브로브니크까지 훑는 루트, 제가 직접 두 발로 걸으며 알게 된 것들만 담았습니다.
자그레브에서 두브로브니크까지, 동선 짜는 법
제가 처음 크로아티아에 도착했을 때 저지른 실수가 있습니다. 자그레브에 내리자마자 신나서 온 도시를 쑤시고 다녔습니다. 결과는 2일 차부터 다리가 퉁퉁 부은 것이었습니다. 크로아티아는 긴 여행입니다. 1일 차에 인천에서 출발해 자그레브에 도착하면, 솔직히 그날은 자그레브 대성당이나 반 옐라치치 광장 같은 랜드마크 두세 군데만 돌고 일찍 숙소로 들어가는 게 맞습니다. 체력을 비축해야 나머지 일정이 살아납니다.
2일 차부터는 본격적인 이동이 시작됩니다. 렌터카가 있으면 동선이 훨씬 자유롭지만, 렌터카가 부담스럽다면 플릭스버스(FlixBus)를 이용하는 방법도 충분히 괜찮습니다. 플릭스버스란 유럽 전역을 연결하는 장거리 버스 서비스로, 크로아티아 주요 도시 간 노선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치안 걱정은 거의 안 해도 됩니다. 타 유럽 국가에 비해 크로아티아는 체감 치안이 확실히 좋은 편입니다. 제가 직접 새벽 버스를 탔을 때도 별다른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Plitvice Lakes National Park)은 이 루트에서 절대 빼면 안 되는 구간입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곳인데,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란 자연적 탁월성과 보존 가치가 국제적으로 인정된 지역을 의미합니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그냥 예쁜 호수겠거니 했는데, 실제로 서 있으면 물 색깔이 에메랄드와 청록 사이 어딘가에 있어서 실제로 저 색이 맞나 싶을 정도입니다. 저는 이곳을 인생 여행지로 꼽고 싶을 만큼 강하게 추천합니다. 다음 글에서 따로 더 자세히 다룰 예정입니다.
플리트비체를 본 날 오후에는 자다르(Zadar)로 이동해 바다 오르간(Sea Organ) 앞에 앉아보시길 바랍니다. 바다 오르간이란 파도의 움직임이 지하 파이프를 통해 음악적 소리로 변환되는 자다르의 설치 예술 구조물입니다. 자다르의 노을이 크로아티아 전체에서도 가장 아름답다고 알려져 있는데, 저도 그 말에 100% 동의합니다. 바람 맞으며 그 소리를 들으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풀립니다.
스플리트(Split)에서는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Diocletian's Palace) 안쪽으로 들어가 보세요.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이란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가 305년에 지은 거대한 황궁으로, 현재는 주민들이 실제로 거주하며 사용하는 살아있는 유적지입니다. 이 안에 카페도 있고 기념품 가게도 있습니다. 유적 안에서 커피 한 잔 마시는 경험이 스플리트에서만 가능한 일입니다.
흐바르(Hvar)는 스플리트에서 페리로 연결됩니다. 페리 시간표는 야드롤리니야(Jadrolinija) 공식 사이트에서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출처: Jadrolinija 공식 홈페이지). 흐바르는 할 것이 넘치는 곳은 아닌데, 그게 오히려 이 섬의 매력입니다. 신혼부부나 조용히 쉬고 싶은 분들에게 강하게 권하고 싶은 곳입니다. 작은 도시가 주는 그 느린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남습니다.
- 1일 차: 자그레브 도착 — 대성당·반 옐라치치 광장 2~3곳만 돌고 체력 비축
- 2일 차: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 반나절 이상 확보 필수, 오후 자다르 이동
- 3일 차: 스플리트 —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리바 해변 산책로 중심
- 4일 차: 흐바르 — 페리로 이동, 당일 또는 1박 추천
- 5~7일 차: 두브로브니크 — 성벽 투어·스르지산 전망대·플라차 거리
비용·숙소·준비물, 제가 아쉬웠던 것들
7박 9일 기준으로 1인 예상 비용은 250만 원에서 350만 원 사이입니다. 항공권이 왕복 100만 원에서 150만 원 사이이고, 중급 아파트형 숙소를 기준으로 하면 숙박비가 70만 원에서 100만 원 정도 나옵니다. 식비는 하루 3만 원에서 5만 원 정도면 충분합니다. 크로아티아는 2023년부터 유로화(EUR)를 공식 통화로 도입했습니다. 유로화란 유럽연합(EU) 회원국 간 공통으로 사용하는 단일 화폐 단위를 말하며, 이전에 쓰던 쿠나(Kuna)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습니다. 현금과 해외 결제 카드를 함께 챙기는 게 안전합니다(출처: 크로아티아 관광청 공식 홈페이지).
두브로브니크 숙소는 정말 일찍 잡아야 합니다. 성수기에는 구시가지 접근이 좋은 숙소가 3개월 전에도 이미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두브로브니크의 올드타운(Old Town)을 저녁에 걸었는데, 그 경험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아드리아해(Adriatic Sea)를 면한 구시가지라 습도가 있고, 오래된 대리석 골목이 야간 조명에 젖어 약간 미끄럽습니다. 처음엔 위험한가 싶었는데 나중엔 그 느낌이 이 도시만의 것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반짝이는 전구 불빛 아래 그 골목을 걸으면, 물가가 크로아티아에서 제일 비싸다는 사실도 잠깐 잊게 됩니다.
준비물에 관해서는 제가 제일 강조하고 싶은 게 수영복입니다. 여름이라면 반드시 챙겨가야 합니다. 여성분이라면 비키니를 시도해 보시길 권하고, 남성분도 평소보다 조금 밝은 색 수영복이면 더 어울립니다. 크로아티아 해변에서는 탈의할 때 수건 하나만 두르고 옷을 갈아입는 게 일상입니다. 처음엔 저도 당황했습니다. 1년간 세계 여행을 하면서 유럽에선 이게 그냥 문화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바다는 무섭다면 튜브를 끼고 들어가도 되지만, 가능하다면 바닥이 닿는 얕은 곳에서 파도의 움직임을 온몸으로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그게 크로아티아 바다를 제대로 경험하는 방법입니다.
플리트비체 방문 시에는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운동화가 필수입니다. 나무 데크 위를 많이 걷는데, 물기가 있으면 꽤 미끄럽습니다. 유럽형 콘센트용 멀티 어댑터, 국제운전면허증, 유심 또는 eSIM도 빠뜨리면 현지에서 꽤 곤란합니다. 저는 어댑터를 빠뜨려서 자그레브 편의점에서 비싸게 산 적이 있습니다. 해안 지역은 낮과 밤 기온 차가 있어 얇은 겉옷도 하나 넣어두는 게 좋습니다.
맛집보다 먼저 알아야 할 것
크로아티아 음식에서 제가 제일 추천하는 건 블랙 리조또(Black Risotto)입니다. 블랙 리조또란 오징어 먹물을 넣어 만든 크로아티아식 쌀 요리로, 아드리아해 연안 지역의 대표 향토 음식입니다. 처음 보면 색이 강해서 망설여지는데, 한 숟갈 떠보면 생각이 바뀝니다. 문어 샐러드, 신선한 굴, 트러플 파스타도 스플리트와 두브로브니크 레스토랑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현지 크로아티아 와인도 한 잔 곁들이면 충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크로아티아 7박 9일 일정에 렌터카가 꼭 필요한가요?
A. 필수는 아닙니다. 플릭스버스 같은 장거리 버스로 주요 도시 간 이동이 가능하고, 크로아티아 치안이 좋아 버스 여행도 충분히 편안합니다. 다만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방문이나 해안 도로 드라이브를 원한다면 렌터카가 훨씬 자유롭습니다. 국제운전면허증은 출발 전 반드시 준비하세요.
Q. 두브로브니크 숙소는 얼마나 일찍 예약해야 하나요?
A. 성수기 기준으로 최소 3개월 전 예약을 권장합니다. 구시가지 접근성이 좋은 숙소일수록 빨리 마감됩니다. 늦게 잡을수록 가격도 오르고 선택지도 줄어드니, 여행 날짜가 정해지면 숙소부터 잡는 게 순서입니다.
Q. 크로아티아 현지 화폐는 뭔가요? 카드 되나요?
A. 2023년부터 유로화(EUR)를 사용합니다. 이전의 쿠나(Kuna)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으니 주의하세요. 주요 식당과 상점에서는 카드 결제가 대부분 가능하지만, 소규모 상점이나 시장에서는 현금이 필요한 경우가 있어 소액 현금도 함께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Q. 흐바르는 당일치기가 가능한가요?
A. 스플리트에서 페리로 연결되니 당일치기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흐바르 특유의 느린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려면 1박을 강하게 권장합니다. 신혼부부나 조용한 휴양을 원하는 분이라면 2박도 아깝지 않은 곳입니다.
Q. 크로아티아에서 꼭 먹어야 할 음식이 뭔가요?
A. 블랙 리조또와 문어 샐러드를 첫 번째로 추천합니다. 오징어 먹물로 만든 블랙 리조또는 색이 강해 보여도 맛은 부드럽고 고소합니다. 트러플 파스타도 현지에서 저렴하게 먹을 수 있어 꼭 시도해볼 만하고, 크로아티아산 화이트 와인과 함께 곁들이면 더 좋습니다.
결론
크로아티아는 제가 2개월을 머물고도 더 있고 싶었던 몇 안 되는 나라입니다. 7박 9일이라는 시간이 짧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자그레브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는 루트를 따라가면 역사·자연·휴양 세 가지를 한 번에 경험할 수 있습니다. 플리트비체의 에메랄드 호수, 자다르의 노을, 두브로브니크 올드타운의 야경은 제가 직접 보고도 한참 멍하니 서 있었던 장면들입니다.
준비는 단순하게 가세요. 숙소 예약 일찍, 수영복 챙기기, 체력 아끼기. 이 세 가지만 지켜도 크로아티아 여행의 절반은 성공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플리트비체 국립공원만 따로 떼어내서 더 자세히 다루겠습니다.